출총제, 금산분리 완화가 민생의 핵심일 수 없다

  • 출총제, 금산분리 완화가 민생의 핵심일 수 없다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다. 이는 지난 주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합의사항을 뒤집는 것이고, 대기업 규제완화를 억지로 민생과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우선 금산분리는 역사적인 경험을 토대로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의 건전한 발전, 공정경쟁 원칙의 확립,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는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다.

    IMF외환위기의 원인 중 단기적 원인은 재벌소유 종금사의 무리한 해외투자였고, 근본적 원인은 정경유착으로 과도하게 은행돈을 많이 쓴 재벌에 대하여 은행의 감시감독 기능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기업활동에 대하여 시장을 통한 규제와 규율을 강화하는 것이 현대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맥락이며, 견제와 균형을 위한 금융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금산분리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최근 불거진 삼성비자금의혹 사건은 금산분리의 당위성을 상징적으로 증명해 준 사건이다. 만약 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라는 원칙이 파기되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재벌이 은행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더욱이 재벌의 불법비자금운영, 우리은행 불법차명계좌이용, 재벌의 권력 특별관리와 비리에 협조한 우리은행장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경제정책책임자였던 사실 등을 통해서 전두환․노태우 통치시절 보아오던 재벌과 검찰, 은행, 정치권력의 연대현상의 재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은 보다 많은 경제주체에게 경제활동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특히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이전시켜야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금산분리 폐지는 자본주의 공정경쟁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통합민주당은 철저한 감독과 처벌 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서의 금산 분리 완화는 재벌기업의 사금고화가 우려된다는 측면에서 강력히 반대한다.

     

    다음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 다른 국내 회사 주식을 사거나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여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현재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의 기업에 한해 순자산의 40%를 초과하여 계열사·비계열사를 불문하고 국내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제도이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기업 특히, 대기업집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직접적인 사전규제보다는 사후적이고 시장지향적인 방법으로의 규율로 전환하고, 개별기업이 사회에 얼마만큼 공헌하는 지를 나타내는 사회공헌지수를 개발하여 대기업집단에 이 지수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를 못하는 것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투자처가 없기 때문이지 출자총액제한제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상태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재벌들이 대우건설, 한국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현대건설 등과 같은 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기업들에 대한 인수에는 적극적인 반면, 새로운 사업에의 신규투자에는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출총제를 폐지하더라도 신규사업부문으로의 투자는 많지 않고,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 현상만 심화되어 고용창출 등 국민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정부가 재벌 및 대기업 중심 편향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해당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 내외부 감시 시스템 정비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와 같은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에 맞서 통합민주당은 5대 민생법안인 ①「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유류세 인하, 35%), ②「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신용카드수수료 인하방안 법제화), ③「지방세법 개정안」(주택 거래시 등록세 폐지를 통하여 현재 2%인 거래세를 1%로 인하), ④「고등교육법 개정안」(등록금 인상 상한제 법제화), ⑤「임대주택법 개정안」(펀드 설립 등을 통한 임대주택사업 활성화)과

    「아동보호특별법」(친고죄 폐지, 공소시효 연장, 성 범죄자 DB구축 등),

    최근 잘못된 쇠고기협상에 대한 보완대책이 들어 있는 ①「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②「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 등을 위하여 이번 임시국회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08. 4. 28

     

    통합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최 인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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