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어린이 성폭력 예방과 대책

  • 최근 들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양의 혜진이, 예슬이 사건을 비롯해서 일산에 이어 대구에서까지 항거능력이 없거나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참담하다. 특히 이번 대구 어린이 성폭력사건은 가해자도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사실 어린이 성폭력범죄는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가 어린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에 밀려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물론 전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정부도 그렇고 이번 정부도 여론이 들끓을 때에만 반짝하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에 사태는 더 심각한 방향으로 악화되어 왔다.

     

    충분한 검토도 없이,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여론에 밀려 이미 지정되어 있는 스쿨존을 새로 지정하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어린이 놀이터에 CCTV 수 천 개를 추가 설치하겠다는 등의 현실성 없는 대책만 제시해왔다. 심지어 일회성으로 단지 보여주기 위한 한건주의식의 실효성 없는 등하교 도우미 제도 등의 대책이나 법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서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어제 영부인이 참석했던 우리 아이 지킴이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들에게 ‘안돼요, 싫어요’라는 노래를 부르게 한다고 해서 아동성폭력이 예방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어른들에 대한 반항심만 키우게 되어 우리 사회를 점점 황폐화시킬 뿐이다. 대구 사건처럼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일어나는 성폭력을 어른들에게 ‘안돼요, 싫어요’라고 말하라고 교육시킨다고 해결이 되겠는가?

     

    성폭력문제는 인간을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지 않는 한 자기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또는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어린이나 여성, 심지어 노인들에게까지 성폭행을 가하는 끔찍한 사회가 교정될 수는 없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이들 범죄의 증가가 보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음란비디오 등의 범람만을 성폭력범죄의 증가원인으로 꼽고 있으니, 참으로 안일한 문제인식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성폭력예방대책은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의 정규교육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가치교육이 기본적으로 실시 되도록 해야 하고, 이 같은 가치교육은 평생교육을 통해서 계속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보다도 더 많은 비난을 받고 오히려 가해자가 옹호되는 현상도 이 같은 근본적인 가치교육, 타인을 인격체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폭력범죄는 행위자체로만 평가되어야 하고, 냉철한 시각에서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는 단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온 가족이 겪는 공동체의 아픔이다. 그 점은 제가 구태여 설명 드리지 않아도 이 자리에 오신 희생자 가족 여러분께서 온 몸으로 체험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성폭력범죄의 특성에 맞춰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범죄는 가해자를 단순히 교도소에서 주어진 형량을 살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성폭력행위자의 행위양태를 과학적, 심리학적, 의학적으로 분석해서 그에 걸 맞는 치료책을 개발하고 교정제도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성폭력 전담 전문수사 인력의 확충이 절실하다. 이들로 전담수사반을 각 경찰서마다 편성해야 하며, 가해자 색출과 처벌은 물론이고 피해자에 대한 매우 조심스럽고 면밀한 보호조치가 이들 전문 인력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피해자가 수사 진술과정에서 추가로 충격을 받지 않도록 심리기술적인 전문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하며, 피해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해줄 수 있는 인격적 소양과 자질이 완비된 인재로 전담수사반을 편성해야 한다.

     

    일반 범죄와 성폭력범죄는 그 행위의 발생과 양태, 경과, 재범발생 가능성의 변화추이가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일반 범죄와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교도행정을 펴고 있다. 사기범이나 업무상과실치사상 범죄를 한 사람과 성폭력범죄자의 교화방법이 어떻게 똑같을 수 있는가? 더욱이 성폭행의 대상자가 어린이, 단순히 미성년자나 여성이 아니라 어린이일 경우 기계적으로 일반 형사범죄자와 똑같이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다고 해서 그 수형자가 사회에 나와 재범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요즈음 성폭력전과자에 대해서는 전자 팔찌만 채우면 예방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용산에서 있었던 어린이 성폭행피해자의 경우 과연 전자 팔찌를 채웠다고 그 범죄가 예방될 수 있었겠는가? 그런 展示的인 대책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책이다. 우리나라는 가해자 인권은 보호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은 대단히 부족하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경우에는 그 피해가 평생을 가고, 그 피해의 범위도 가족 전체에게 미친다. 따라서 하루 빨리 그 피해를 희생자 본인과 가족이 모두 극복할 수 있도록 외과적 치료와 함께 정신과 치료와 상담까지 보장하는 피해구제 시스템이 조속히 갖춰져야 한다.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형사보상청구권도 성폭행피해자의 경우에는 보다 현실성 있게 확대되고 정밀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바로 잡기 위한 국민의식을 변화하는 다각적인 운동도 지속적으로 펼쳐서 피해자가 사회에 하루 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우리 자유선진당은 6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18대 국회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을 제시하며, 법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여러분을 모셨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사랑하는 자녀가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었는데 이런 자리에 나와서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되새겨야 한다는 점에 정말 괴로우실 수 있다.


    그러나 다시는 사랑하는 내 딸과 같은 제2 제3의 성폭력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튼실한 씨를 뿌리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오늘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누어 주시면 우리 당이 정책을 입안하고 법안을 제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전라닷컴
    • Facebook Twitter KakaoStory Naver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