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배우자상

  • [아름다운 배우자상]


                        검은 머리  파뿌리

                                                                                           주 소 : 신안군 임자면
                                                                                           성 명 : 장  성  배

     한 남자로써 한 여인에게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보살피고,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그 영원한 맹세를 지키기 위하여 오늘도 난 내 아내를 정성으로 보살핀다.

     나의 아내(오옥금, 58세)는 루게릭병을 가진지가 언 25년이 되었다.
    결혼생활 10년 만에 찾아온 이 희귀병은 점점 언어장애에 심각한 호흡곤란 또한 근육이 마비되는 병으로 정신만 살아있다는 이 병은 원인도 모르고 완치도 없다.

     복강염 수술 후 어느 날 갑자기 일을 하고 있는 도중에 힘(근력)이 빠지다면서 손발을 못쓰게 되었다. 세탁소 일이며 모든 일을 제쳐놓고 용하다는 한방도 찾아가 침도 맞아보고, 과학기술원에 가서 MRI도 찍고, 조직검사도 해보고, 서울 큰 병원도 전전긍긍하며 찾아다녀 보았지만, 내사랑하는 아내는 기적만을 기다리며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의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2~5년 사이에 호흡곤란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판정을 받았지만, 내 노력으로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열심히 보살핀 덕인지 지금껏 25년 동안 그녀는 내 옆에 있다.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아내.
                   언제나 미소로만 답을 하는 아내.
                   고마움을 눈물로 표현하는 아내.

     사실, 처음에는 내가 남자로서 짜증도 내고, 화를 낸 적도 있지만, 그럴 때면 내 눈치를 보느라 끼니도 먹지 않고 내 곁을 떠날려고만 준비하는 내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맘을 고쳐먹게 되었다.
     이렇게라도 내 옆에, 내 곁에 있어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고 아픈 아내를 상대로 투정을 하여으니, ‘내가 얼마나 속이 없는 사람인가 말이다’ 싶어 다시는 한 번도 내 사람에게 짜증도 화도 내 본적이 없다.
     내 손을 빌려야지만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아내.

     아내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집안의 모든 일은 나의 몫이 되었다.
     아무리 정성스럽게 한다 해도 부족한 게 많을 텐데 내가 해주는 음식은 다 맛있다며, 입맛을 다진다.
     소화를 시키지도 음식을 씹지도 못하여 좋다는 음식은 다 갈아 먹이고 있다. 내손으로 철철이 옷을 해 입히고, 어루만져주고 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말이다.
     솔직히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정말 이 사람이 편히 가게 놓아 주어야 하나?” 그러나 내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이유가, 내가 이렇게 활동 할 수 있는 이유가 다 내 사랑 내 아내 때문이 아닌가 말이다.
     특히, 아내를 꼭 살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은 한참 엄마 손이 필요할 때 임에도 불구하고 불평불만 없이 착하고 올바르게 자라준 아이들 때문이다. 유치원 다니는 고만고만한 시기에 기죽어 있는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웠다. “어떻게든 저 사람을 살려야겠다, 어떻게든 저 사람을 내 옆에 두고 행복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맘을 먹게 되었다. 나를 만나서 고생하는가 싶고, 나 때문에 저렇게 되었나 싶어   저사람 곁에서만 꼭 살아야 한다는 나에게 주어진 사명감은 누군가가 쥐어준 듯하다.
     아직도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비록 내 아내는 침대에 누워서 기계에 의지하며 나의 손길을 빌려 사는 인생이지만, 때로는 코메디
    게그우먼처럼, 때로는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늘 나에게 눈물과 웃음으로 내곁에 있다.
     살면서 제일 가슴이 아팠던 건 지금은 다 여위었지만, 아이들 결혼식 때였다.
     제 짝들을 만나 연분을 잇는데 세상하늘아래 엄마가 있어도 그 천사같은 모습도 보질 못하고, 엄마자리를 빛내주지도 못한 것이 못내 가슴이 아프다. 엄마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하며, 장학금을 받아가면서 성실히 살아준 내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요즘 내 걱정이 하나 늘었다. 내 몸이 점점 아파오고 쇠약해지는 것이 걱정된다. 내가 건강하고 내가 버텨야지만 내 사랑하는 아내를 돌볼 수 있기에 말이다.
     그래도 내 손이 가야하겠지만, 요즘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하는 활동보조서비스 덕분에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많이 받아 목욕시키는 일이나 보살피는 일을 조금 덜었다.

     요즘은 콩물과 사골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이 사람에게 욕심을 부리자면 기적만 일어난다면 아내가 좋아하는 토속음식을 해먹이고 젊어선 좋은 세상을 모두 버렸지만 둘만이 할 수 있는 좋은 세상 여행을 손잡고 꼭 다니고 싶다.
     요즘은 무뚝뚝한 내가 내 여자에게서 사랑의 표현법을 배워간다.
     난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또 나의 아내로 맞이할 것이며, 그땐 아프지 말고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연으로 만나자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얼굴 표정으로 나에게 답을 한다. “고맙다고. 그리고 자기도 날 사랑한다고” 그러면서 우리 둘은 눈시울을 적시며, 함께 따뜻한 눈물을 흐리며 절대 놓을 수 없는 아내의 두손을 잡는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아내와 나만의 대화법이다.
     “어이, 여보 마누라 어여 났소. 어서 나아서 좋은 세상 구경하며 살아보세나”
     어느 시인이 아내를 위해 지은 “접시꽃 당신” 이라는 시를 나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다.

                         〈접시꽃 당신〉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덩을 덮은 망초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 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산림의 한 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 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항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 새벽이 어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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