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2개 선거구 유지과정과 그 뒷이야기

  • 좋은 뜻을 가지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지난 2월 22일(금) 국회 본회의에서 여수시의 ‘갑’과 ‘을’ 2개 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개정안이 통과했습니다. 본 자료는 우리 여수시 선거구 유지과정을 둘러싸고 국회 내외에서 벌어졌던 상황들을 설명드리는 자료입니다. 매우 복잡하고 힘겨운 과정에서 일부 전해들은 부분도 있어서 정확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가급적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기술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보도목적은 아니며, 여수지역 언론인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 향후 여수시의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대책을 수립할 때에 도움이 되도록 정리하여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작성했습니다.
    그간 여수의 발전을 위해 선거구 유지 과정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언론인 여러분께 우선 서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 2007년 4월 초, 여수시의 인구가 줄어들어 ‘갑’, ‘을’ 선거구가 합구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총선 1년전에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야 대치상황에서 획정위 구성이 지연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2007년 4월 9일 일부 언론과 민노당 의원들은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안 제출 마감일임에도 불구하고 법 만드는 국회가 법 어기기를 우습게 여겨 획정위를 구성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 이전부터 인구 감소로 인한 선거구 통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던 여수지역 두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김성곤의원과 주승용의원은 17대 국회에서 나름대로의 역할 분담을 통해 2012 세계박람회 유치 성공 등 여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는데 자칫 선거구 합구로 인해 경선을 하게 되면 누가 이기든 곤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 2007년 11월 27일 새벽, 파리에서 너무도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여수가 2012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확정된 것이다. 온 국민의 기쁨이었지만 특히 여수시민들은 그간 꿈에서까지 학수고대하던 바램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더욱 행복감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내·외로 동분서주했던 김성곤의원과 주승용의원이 의기양양하게 나란히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공항에 마중 나온 여수시민들과 손을 맞잡고 끌어안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찬 광경이었다.

     

    3. 이 무렵부터인 것 같다. 여수엑스포 유치과정에서 두 의원이 서로 호흡을 맞추어 나름대로의 역할분담을 통해 성공했던 것처럼 성공적인 엑스포 준비를 위해서는 여수시에 최소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있어야 각 정부부처의 예산과 행정지원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역구 국회의원 한사람의 존재여부가 지역예산에서 많게는 백억 원 이상의 차이를 가져오는 현 예산시스템에서 여수시 국회의원 1인이 감소한다는 것은 매우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또한 18대 국회 선거구획정위에서 여수시의 2개 선거구를 유지하게 되면 이것이 선례가 되어 향후 지속적으로 2개 선거구를 유지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여수시로서는 반드시 2개 선거구를 유지해야만 한다. 김성곤, 주승용 의원은 사명감에 불타기 시작했다.

     

    4. 여수엑스포 유치의 기쁨도 잠시 바로 17대 대통령선거 준비 등 매일 쏟아지는 과제들로 분주하게 지내는 통에 차분하게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전략을 수립해 나가지는 못했다. 이전부터 관련 자료와 해외 사례를 틈틈이 수집하고 살펴보았기에 어느 정도 윤곽은 그리고 있었으나 12월 말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안개 속이었다. 이런 와중에 ‘행정구역의 인구가 상한선에 미달하게 되면 재합구한다’는 명제 아닌 명제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언론보도가 이런 내용을 보도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이 받아들였던 것인데 과연 그런가?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선거구획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구대표성이라는 단일 기준만을 가지고 선거구를 획정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인구 외에도 다양한 기준과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행정구역의 인구’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고 있을까? 아마도 가장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5. 행정구역과 선거구는 엄연히 그 기능과 목적이 다르고 어찌 보면 정치적 의사결정의 단위인 선거구가 행정구역보다 더 상위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구역이 선거구 통폐합의 절대적 기준이 돼서 매번  인구증감에 따라 선거구의 합구와 분구를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마땅치 않았다. 전남지역의 경우 매년 인구감소의 정도가 커서 계속 손해를 보고 있었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지역의 지역대표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하는데 매 선거구획정때마다 논의만 되고 결실을 맺지 못해 왔다. 고민을 거듭하였지만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아 몇 번이나 암담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6. 2008년 1월 초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 문제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행정구역의 인구감소로 여수와 동일하게 선거구 합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던 대구 달서구(박종근, 이해봉, 김석준)와 부산의 남구(김정훈, 김무성) 국회의원들과의 의견교환이 이루지면서 일종의 공동전선이 느슨하나마 형성되게 되었다. 나중에는 각 의원실의 보좌관들이 긴밀히 정보를 주고 받으며 공동행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겨난 논리가 2001년의 헌법재판소 판례 내용인 ‘선거구 평균인구수 기준 상하 50% 편차를 기준으로 위헌여부 판단’이라는 부분은 ‘현재의 선거구 인구가 평균인구수 기준 50%편차 이내에 있으면 위헌이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기존의 선거구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여수 갑,을 선거구는 각각의 인구가 14만명과 15만명으로 전국선거구 평균인구수(약 20만명) 기준 50% 상하한선 범위(약 30만명과 10만명) 내에 있으므로 합구되어야 어떠한 헌법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간단명료한 논리였다. 특히 여수시는 과거 도농통합이 아니었다면 현재 당연히 2개 선거구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고, 게다가 전세계적 행사인 엑스포를 앞두고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법률적이든 현실적이든 2개 선거구 유지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너무도 분명한 것이었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확실한 논리로 무장을 끝낸 것이다. 성경말씀이 생각났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구하라 그러면 찾을 것이다.” 

     

    7. 부산 남구의 김정훈 의원도 유사한 논리를 갖고 있었다. 김정훈의원은 이미 분구된 선거구는 정치의 안정성 차원에서 하나의 ‘독립된 선거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먼저 기존 선거구가 위헌이 되는 안되는지만 보아서 조정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8. 2008년 1월 18일 각당과 국회의장 추천으로 11명이 민간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되었다. 18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는 국회의원을 배제한 채 순수 민간인들로만 구성하기로 되어있었기에 교수, 언론인, 시민단체 대표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위원들로 구성되었다. 김성곤의원과 주승용의원은 이들 획정위원들을 수차례 찾아가 개별적으로 면담하고 밤낮 없이 전화하면서 여수 선거구 유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설명해 나갔다. 또한 국회 정계특위 위원들을 설득하는 작업과 함께 언론에도 본격적으로 여수 선거구 유지의 당위성을 설명해 나갔다.

     

    9. 선거구획정위 가동 초기인 1월 넷째주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획정위원들을 두루 면담한 결과 어느 정도 여수시의 2개 선거구 유지 논리에 대해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 했다. 자신감이 붙었고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1월 29일 선거구 획정위 공청회에서의 전문가 진술인들은 대부분 통폐합 논란의 대상인 여수와 대구 달서구, 부산 남구 선거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통합신당 측 전문위원과 정계특위 의원들을 설득해서 통폐합 논란의 대상인 여수와 대구 달서구, 부산 남구 선거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 의견으로 내도록 했고, 한나라당 측도 동일한 논리를 밝혔다. 구정 직전까지만 해도 여수 선거구 유지가 낙관되는 상황이었다.  

     

    10. 구정 연휴가 끝나자 갑자기 분위기가 악화되었다. 현행 56석의 비례대표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통폐합 논란이 있었던 3개 선거구를 현행유지하고 인구증가로 인해 분구가 불가피한 5-6개 선거구를 고려하면  국회의원 전체 의석수가 최대 305개 까지도 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자 여론의 부담을 느낀 한나라당에서 먼저 현행 299개의 의석수를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선거구획정위원들도   비례대표의석은 손대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으고 지역구 증가를 최소화하여 전체의석수의 증가를 2석 내지 4석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 시작했다.

     

    11. 급기야 구정연휴가 끝나고 이틀후인  2월 12일에 열린 선거구 획정위는 여수, 대구 달서, 부산 남구 등 3개 지역의 선거구를 일단 통합하는 것을 전제해 놓고, 그 다음에 인구상하한선을 벗어난 행정구역의 분구와 합구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날 2월 12일 오후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신당측이 전남 지역구 의석수를 지키기 위해서 국회의원 수를 305석으로 늘려달라고 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므로 현행 299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부담을 같이 느낀 신당 측도 299석을 지키는 방향으로 논의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어느 정도의 전체의석수 증가가 불가피하리라고 내다보았지만 양 당 모두 의석수 증가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두려워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게 된 셈이다. 

     

    12. 김성곤, 주승용 의원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두 의원은 수시로 획정위를 찾아가 문안인사(?)와 함께 설득에 열성을 다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적으로도 만나 이해를 구했다. 양당 지도부와 정계특위위원들을 접촉하면서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나라당측 대구 달서구와 부산 남구의 의원들도 똑 같이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월 12일과 13일 연 이틀 늦게 까지 속개된 선거구획정위에서는 결국 여수 등 3개 행정구역의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것을 전제해 놓고 전제 지역구를 4개 늘리는 안과 6개 늘리는 안 즉, 전체의석수 301석안과 303석안 2개 안으로 결론 내렸다. 이번 획정위원들은 모두 민간 전문가들이었다. 따라서 전문가 영입을 위해 마련해 놓은 비례대표 의석수는 손을 대지 않으려 하는 의지가 강했고 인구증가에 따른 지역구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 여수 등 3개 선거구를 통합할 수밖에 없었다는 배경설명을 들었다. 

     

    13. 탄식이 절로 나왔다. 김성곤의원과 주승용의원은 다른 의원들로부터 이 ‘마치 형제같이 붙어 다닌다.’ 라고 농담을 들을 만큼 매일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장과 정계특위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문안인사(?)와 설득작업에 열성을 다하고 있었기에 그 실망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했건만 획정위원들 자신들이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어중간하게 두 개의 안을 마련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다.    

     

    14. 2월 15일(금) 획정위는 2개 안을 공식 의결하고 국회의장에게 보고했다. 이미 획정위 안이 결정되었으니 정치관계법특별위원회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수 등 3개 지역 의원들은 2월 18일(월)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의 회의실에 함께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식 참석차 상경하지 못한 이해봉 의원을 제외한 6명의 의원(김성곤, 주승용, 박종근, 김석준, 김정훈, 김무성)이 모였다. 이날 모임에서 대구와 부산의 중진(박종근, 이해봉, 김무성)의원들은 초선인 김석준, 김정훈 의원이 다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그다지 걱정을 안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5. 여수 등 3개 지역 국회의원들은 일단 밖으로 드러내놓고 공동행동을 하는 것은 자제하고 우선 각 당의 정계특위위원들과 지도부를 면담하여 설득하는데 주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3개 행정구역 모두 약간씩 내용은 달랐지만 선거구 유지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법이론적, 현실적 논리와 이유가 분명한 지역이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의석수 증가에 대한 국민여론을 의식하여 부담감을 가지고 있고, 또 선거전략상 상대 당 우세지역의 의석수를 감소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각 당 지도부가 이에 응해줄지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통합민주당으로서는 여수시 합구로 1개 선거구를 감소하지만 나머지 전남지역 의석수를 지킨다면 대구 달서와 부산 남구등 2개의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3개 지역 선거구 통합을 하더라도 한나라당에 비해 불리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전남의 함평·영광과 강진·완도 2개 지역의 인구가 감소했으므로 모두 다른 지역으로 통폐합하여 여수를 포함 전남에서 2개 내지 3개의 선거구를 줄여야 주장으로 응수했다.  광주 광산구가 분구되어 호남에서 1개 선거구가 늘었으니 영남에서 2개가 줄어들면 호남지역도 여수를 포함 최대 3개는 줄여야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생각인 듯 했다. 

     

    16. 여수 등 3개 지역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선거구가 달린 문제라서 심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의 전략을 가진 양 당 지도부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양당의 총선전략 때문에 여수 등 3개 지역이 합구를 해야할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정치논리에 의해 희생당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한때 각 의원실을 휘감았다.

     

    17. 2월 19일(화) 오후 1시 30분경 여수, 대구 달서, 부산 남구의 시의원, 구의원 그리고 전남도의원들이 대거 상경하여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통합 반대 성명서를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하려 했으나 경위들의 격렬한 반대로 몇 몇 대표 의원들만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정계특위 의원들과 각 당 지도부들을 상대로 문서를 나누어주며 선거구 유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때 각 지역 시의원들이 기자회견과 본회의장 앞 시위에서 보여준 결연한 모습들이 다음날부터 양 이틀간 이어진 정계특위회의와 양 당 지도부 설득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여수시의원들은 도농통합에 따른 불이익 배제가 관련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수시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논리를 강력히 주장했다. 시의원 몇 분은 만약 여수시 선거구가 통폐합되는 것으로 결론나면 바로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해서 무력화할 것도 주장했다. 

     

    18. 2월 20일(수) 오후 2시 정개특위가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그동안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부단하게 각 당의 정개특위 위원들을 설득해 왔지만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회의가 열리자 거의 대부분의 정개특위 위원들이 선거구획정위가 여수 등 3개 지역 선거구 통폐합 의견을 낸 것은 부당하다며 성토하기 시작했다. 마침 부산 남구의 김정훈 의원이 정계특위 위원이었는데 격정적인 비판을 쏟아부었다. 회의 분위기는 통합 반대가 주류를 이루었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개특위 위원장(이상배 의원)과 양당 간사(통합민주당 윤호중, 한나라당 안경률)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각 당의 지도부의 입장과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19. 다음날인 2월 21일(목) 오후 10시 정계특위 회의가 재소집되었다. 회의 전에 열린 정계특위 위원들간의 간담회에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해 오후 본회의 후에 속개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합의 전망은 불투명했다. 정계특위 위원들과 당 지도부의 의중을 살펴야 하는 위원장·간사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각 당 지도부가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한 장기간 합의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20. 이날 오후 2시 당초에는 본회의가 열려서 한나라당이 제안한 정부조직축소개편 따른 관련법개정안을 처리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정부부처의 기능 조정에 관해 이견이 나와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었다. 점심식사후 정계특위 위원장실에서는 몇 차례 설전이 벌어졌다. 같은 한나라당이지만 3개 지역 선거구의 통폐합에 반대하는 정계특위 위원들과 이상배 위원장간에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었다.

     

    21. 당초 선거구획정위가 낸 2개의 안은 여수 등 3개 지역 선거구를 통폐합한다는 전제하에 여수를 제외한 전남지역 의석수를 1개 줄이느냐 아니면 현행 유지하느냐에 따라 전체의석수 301개인 제1안과 303개인 제2안 이었다. 여기에 여수 등 3개 지역 의원들이 만들어 제시한 제3안은 여수시 등 3개 지역을 통폐합하지 않고 전체 6개의 의석수를 늘리되 이를 그 만큼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감소시켜 현행 299개 의석수를 유지하게 한 것이었다. 제3안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숫자를 너무 많이 줄인다는 부담감이 양당 지도부에 있었다. 

     

    22. 이런 와중에 정계특위를 담당한 행정자치위 수석전문위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른바 제4안이었다. 여수 등 3개 지역 선거구를 유지하되 인구가 가장 큰 선거구와 작은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를 3:1로 하고 더 이상 조정을 하지 않기로 하면 전국에서 3개의 지역구만 분구하면 되므로 전남에서 줄어드는 1석을 감안하여 비례대표 숫자 2석 감소(56석 → 54석)로 조정하면서 현행 299석을 유지하는 안이었다. 이렇게 선거구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총선을 불과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안정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이를 양당 지도부가 받느냐는 것이었다.

     

    23. 오후 2시경 김성곤 주승용 의원은 이상배 위원장과 함께 먼저 통합민주당 지도부를 찾아가 면담했다. 두의원은 지도부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다행히 여수시 선거구 유지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분명했고 단지 총선 전략상 어느 당이 먼저 협상카드를 내보이냐가 관건이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설득에 성공했다.

     

    24. 오후 늦게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나라당 측 간사인 안경률의원이 회의장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지켜보는 의원들은 속이 탈 수 밖에 없었다. 한나라당 측 지도부와의 연결이 안 된 것이었다. 한참을 기다린 이후에 한나라당 지도부와 전화가 연결된 안경률의원은 상황을 설명했고 결국 승인을 받았다.

     

    25.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정계특위가 재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전시 출신 의원들이 제동을 걸었다. 대전시의 인구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울산 등 타 지역과 선거구수가 동일하거나 적어서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대전시에서 최소 1석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대전 출신 선병렬 의원은 대여섯 차례 발언을 신청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의결을 지연시켰다. 속이 점점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26. 서너 차례 거친 말들이 정계특위 위원들간에 오갔다. 선병렬의원과 이상배 정개특위 위원장간에 선(?)을 넘으려는 조짐까지 보였다. 이러다 오늘 결론 못내면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데 하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내 이상배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 선병렬, 류근찬 의원등 충청대전지역 출신 2명의 의원이 반대하는 것으로 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땅, 땅, 땅” 얼마나 기다려왔던 소리인가?  2월 21일(목)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그 간에 김성곤, 주승용 두 의원이 열성을 다해 기울였던 노력들이 단번에 밝은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27. ‘좋은 뜻을 가지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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